수상작 소개
| 제목 | 우리는 계속 전진할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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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최중환(경찰대학) | 개최일 | 2019-08-12 | 조회 | 33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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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계속 전진할 것입니다. 경찰대학 최중환 경찰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인권이었을 것입니다. 신입생 사전교육 때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경찰이 되어야 한다는 당부로 시작하여, 재학 기간 내내 어떻게 하면 인권을 수호하는 경찰이 될 것인지 배워왔습니다. 이토록 학교에서 인권을 강조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러하지 못했던 우리의 과거에 기반한 자성의 목소리이고, 그리하여 스스로 끊임없이 국민의 요청을 상기시키는 수단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런 국민적 요청에 응해 앞으로 어떤 경찰의 모습을 만들어가야 하는가, 그 답을 몇십년 전, 한 독립운동가의 저서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찾다가 1950-60년대 대한민국 경찰이 재건되는 과정을 다룬 기록을 봤습니다. 경찰 외부에서 작성된 자료였는데 일제강점기 경찰조직과 인력을 이어받아 미군정을 거쳐 다시 독재자의 편에서 시민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섰다는 문장이 너무나 마음 아팠습니다.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료를 하나하나 살펴볼 때는 그들이 펜으로 내 가슴을 후비는 듯 했습니다. 과연 내가 몸담게 될 대한민국 경찰은 그런 역사를 가진 조직이었나. 이런 애달픈 자기반성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백범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를 폈습니다. 그의 생애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초대 경무국장을 역임하며 독립운동을 지원했다는 역사적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경무국장이라는 자리가 어떤 임무를 띠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내가 발 딛고 있는 경찰이라는 조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첫 장부터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임시정부 경무국장으로서의 김구 선생의 삶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며, 많은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임시정부 주석, 독립운동의 거두로서의 삶보다는 저와 보다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경무국장으로서 그의 행보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경무국장은 단순한 ‘문지기’ 이상입니다. 임시정부의 요인과 여타 독립운동가를 보호하고,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한인범죄를 다루며, 다른 나라 외교기관 및 정부와 협력하여 우리 독립운동을 지원하는 등 그 역할은 광범위했고, 임시정부에 꼭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백범 김구 선생은 경무국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실질적으로 임시정부 경찰을 지휘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일화는 일제의 밀정활동을 차단한 일인데, 당시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위상이 얼마나 위태로웠는지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이 일제의 밀정으로부터 안전하게 독립운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정말 중요한 업무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김구 선생 스스로도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혹한 조치를 취했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아슬아슬하게 피어있던 독립의 불꽃이 제대로 피어오르기도 전에 꺼졌을 것입니다. 이처럼 김구 선생이 이끄는 임시정부 경무국은 폭풍우 몰아치는 조국에서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와 머나먼 타국 땅에 간신히 피어있던 임시정부를 거센 외풍으로부터 막아주는 든든한 보호막이 된 것입니다. 이런 김구 선생이 나중에 선배 경찰로서 후배 경찰들에게 남긴 당부의 말 중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습니다. ‘국민의 경종(警鐘)이 되소서’ 그렇다면 우리 후배 경찰들은 그의 유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천하고 있을까요. 저는 그 해답의 실마리를 제 인생 첫 집회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창 재수생활을 하던 2016년 가을, 저녁시간에 흘러나오는 촛불집회 관련 뉴스를 보고 불현듯 오늘의 수능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저도 모르게 광화문 광장으로 향한 적이 있습니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이유, 정의롭고 바른 나라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저마다 광장에 나와 그들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향하는 지점으로 가는 길에는 당연하게도 경찰이 서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예상한 화염병이나 죽창, 욕설과 갈등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위현장의 맨 끝부터 경찰과 바로 맞닿아 있는 지점까지 불타고 있는 것은 오직 정의를 바라는 시민들의 염원이었을 뿐입니다. 오히려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부 시민들에게 다른 사람들이 ‘비폭력’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말리고 있었습니다. 경찰도 침착한 모습으로 시민들이 평화적으로 집회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성숙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모습을 보며 어린 마음에도 정말 놀랐었습니다. 이는 성숙한 시민들의 업적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와 권리를 최대한으로 보호하려 한 경찰의 몫도 어느 정도는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날, 공공의 안녕과 질서, 그리고 시민의 권리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며 조화시키려는 경찰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2018년 여름에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발생한, 당시에는 남영동 대공분실로 불렸던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잊지 못할 가르침을 몸으로 배운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과 민주화운동의 역사에 대해 해설해주시는 분들을 따라 건물을 한바퀴 돌며 설명을 들었습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육중한 철문으로 막혀있습니다. 그 철문이 닫히는 소리는 무겁고 음침하여 마치 탱크가 지나가는 소리와 같습니다. 건물 복도는 좁고, 문에는 명패가 붙어있지 않아 여기가 어딘지 감각을 잃어버리고 어지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여기서 박종철 열사는 이 땅에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자는 처절한 외침 끝에 처참하게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떠난 지 삼십 여 년쯤 지난 후, 그를 이 세상에서 떠나보낸 사람들이 다시금 그를 기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삶과 목소리를 조명하고, 그들이 잘못한 점은 무엇이었는지 일반 시민에게 모두 공개하며, 새로 경찰관이 되는 사람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끊임없이 반성하고 기억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어두운 과거에 웅크려 있지 않고 양지로 나와 다시금 그런 과오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진지하게 반성하는 경찰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2019년 봄에는 인근 중학교에서 방과후 창의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어서와 경찰은 처음이지’라는 주제를 가지고 경찰의 활동과 수사기법 등을 중학생 눈높이에 맞춰 소개하는 수업이었습니다. 그 중 한 수업은 경찰이 어떤 국가기관인지, 어떤 국가기관이어야 하는지 참가 학생들과 이야기해보는 시간이었는데, 거기서 경찰은 ‘국민을 위하는’ 국가기관이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고 이는 제게 ‘경종’이 되었습니다. 그날 중학생의 입에서 들은 말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초대 경무국장을 역임했던 백범 김구 선생이 후배 경찰관들에게 남긴 당부의 말과 정확히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는 시대를 초월하여 경찰에게 요구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날 우리 대한민국 경찰이 진정 국민을 위한 조직으로 변해야 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임시정부 경무국장으로 활동한 내용과, 후배 경찰관에게 남긴 당부의 말을 바탕으로 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앞으로 대한민국 경찰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분명히 그동안 정말 많은 경찰 선배님들께서는 경찰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국민을 섬기는 데 한 평생을 바치셨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일부는 그 위대한 사명을 항상 지키지는 않았고, 그들이 우리의 일원이라 하더라도 잘못된 것은 반드시 잘못되었다고 당당하게 말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경찰의 자랑스러운 뿌리인 김구 선생의 ‘국민의 경종이 되’라는 말씀을 항상 새겨야 할 것입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스스로의 역사를 잊지 않고 끊임없이 반성하고 변화한 민족이나, 국가, 조직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대한민국 경찰은 앞으로도 계속 전진할 것입니다. 100여 년 전, 조국의 독립운동을 몸 바쳐 지켜낸 이들의 이야기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들을 찾아내고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이 된 2019년, 빛바랜 백범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 속 메시지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빛나는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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