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 소개
| 제목 | <백범일지>를 읽고 나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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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정수민(인천포스코고) | 개최일 | 2016-03-28 | 조회 | 25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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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를 읽고 나서 인천포스코고등학교 1학년 4반 정수민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이봉창의 일본천황 저격사건이나 윤봉길의 홍구공원 거사 뒤에는 백범이 있었다. 피신과 유랑의 나날을 보내면서도 임시정부를 끝까지 지켜내고, 그러면서도 기꺼이 독립한 조국의 문지기가 되겠다는 백범의 강직하고 고결한 그 정신과 인품은 내게 백범 김구를 한 인간으로 보기보다 민족의 영웅이자 수호신으로 우러러보도록 만들었다. 아마도 나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백범을 범접할 수 없는 위인으로 기억하고 존경할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백범일지 속 백범의 모습은 끊임없이 운명 앞에 번민하면서도 자신의 길을 조금씩 또 조금씩 힘겹게 내딛는, 나약한 한 인간이었다. 구한말 몰락양반의 후예로 태어나 아버지가 얻어 온 동냥젖을 먹으며 자랐고 임시정부를 책임지며 분단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마지막 순간까지 백범을 짓누르는 역사의 흐름을 따라 읽어가며 내 목도 같이 옥죄어짐을 느꼈다. 특히 안악사건으로 체포되었을 때 모진 고문으로 그 강건한 정신의 백범마저 자살을 기도하게 만들었으니, 백범일지나 그 밖의 다른 기록물에 적힌 한정된 내용만으로는 그 힘겨움의 크기를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그 중에 일제가 일부러 밥을 굶기고 고문을 했을 때 다른 죄수가 사식으로 먹는 고깃국과 김치 냄새에 홀려 본능을 이기고자 몸부림치는 장면은 너무나 강렬했다. 심지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자신의 아내가 아직 젊으니 몸이라도 팔아서 음식을 해다 주면 좋겠다는 더러운 생각까지 났다는 그 한서린 고백으로 국가가 대체 무엇인지, 국가를 위해 개인은 어디까지 희생해야 하는지, 그 희생은 과연 정의로운 희생이 맞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비록 백범과 같은 분들 덕분에 독립된 이 나라에서 식민지의 신민이 아닌 온전한 시민으로서 자유와 권리를 누리고 살지만 백범의 험난한 삶이 비록 자신의 선택이라 한들, 한 인간으로서 그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인가 의심스럽기도 했다. 날씨가 추워야 소나무의 푸름을 알 수 있고, 질풍이 있어야 굳센 풀을 볼 수 있으며, 하늘에 검은 장막이 드리워야 별이 빛나는 법이라 그런 것일까? 백범의 번민과 인간적인 갈등에 대한 진솔한 고백은 그래서 더욱 진실했고, 진실함만이 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었다. 겨레의 스승인 백범은 마음 깊이 와 닿지 못하는 비현실적인 영웅이었다. 하지만 인간 백범의 모습은 오히려 흔들리고 유혹에 빠지는 시간이 있었기에 ‘양심건국’을 휘호로 삼을 수 있는 큰 그릇이 될 수 있었음을 납득시켰다. 혹독한 시간을 버티며 조국광복을 맛봤는데 동포끼리 이념과 세계사의 간악한 흐름 속에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상황을 보며, 그 누구보다 참담하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1948년 3월 1일, 권력이나 정치이념, 자신의 이익만을 쫓아 암투를 벌이기보다 나라와 후세를 위해 진정으로 민족을 아끼고 생각하는 마음으로 나라를 세우자고 결심하고 호소했을 그 순간은 오롯이 백범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한 인고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니체의 표현대로,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질 수 있지 않았을까? 백범은 17세 때 부패한 과거를 포기했고, 관상을 공부하며 마음이 좋은 사람이 되리라 결심했다 한다. 시대는 단 한 번도 백범이 그 뜻대로 살도록 놔두지 않았지만 절망적인 상황에 놓였다 해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백범은 자신에게 주어진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물론 그 대가는 너무나 혹독해서, 아내와 어머니, 그리고 큰 아들을 중국의 차가운 땅속에 묻어야 했다. 그런데도 막상 일본이 항복하자 백범은 기뻐하기보다 분통함에 치를 떨었다. 중국 땅에서 와신상담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한반도에 침투해 일제와 전투를 벌일 예정이었고, 이를 위해 정예부대의 훈련을 막 마친 다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일제의 칼날이 거두어지자 곧장 이어진 동족상잔의 비극 속에서, 백범은 스스로를 속죄양 삼아 초인을 기다렸던 듯하다. 자신이야말로 오롯이 조국과 민족을 위해 바친 진정한 초인임을 백범은 과연 알았을지 모르겠다. 백범이 초인의 삶을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작지만 강한 나라의 주인이 될 방법을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민주주의는 어느 당파의 특정 이론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국민은 작은 의견의 경우 이해관계로 결정되고, 큰 의견은 그 국민성과 신앙 및 철학으로 결정된다. 끊임없는 역사의 저주를 정면으로 맞으며, 아마도 백범은 그래서 문화와 교육의 중요성을 알았을 것이다. 진정 나라를 위한 길은 모든 이들이 나라를 잃은 고통과, 나라가 발전하는 복락이 무엇인지 온전히 알도록 하는 것이라는 점, 그리고 그 길만이 우리나라를 망하는 것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결론은 아마 백범을 잔인하게 채찍질했을 것이다. 백범은 타협 없는 실천을 통해 끝까지 나아갔고, 생의 부조리를 굴하지 않고 살아갔다. 비록 개인적으로는 비극적인 운명 속에 살아갔지만 책에 나온 백범의 표현대로 태생부터 그 험난한 삶을 예견한 듯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받아들이고 결국 완주했다. 그렇기에 우리 근현대사에서 가장 돌올한 인물이 될 수 있었을 것이며 아마도 그런 자신의 삶을 우리에게 제시하여 어서 빨리 또 다른 초인이 되어 뒤를 이으라고 다독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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