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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 독서감상문 쓰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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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소개

수상작 소개 상세내용
제목 백범 선생이 일깨워준 오늘의 소중함
작성자 김명환(호남고) 개최일 2015-09-11 조회 2790

백범 선생이 일깨워준 오늘의 소중함

 

 

호남고등학교 1학년 1반 김명환

 

‘죽음에 관하여’라는 웹툰이 있다. 인간이 저승의 신과 대화를 나누며 삶에 관한 교훈과 깨달음을 얻는 에피소드를 모은 작품이다. 그 중 머리를 노랗게 물들여 불량학생처럼 보이는 청소년이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외모가 주는 첫인상과 다르게 겸손하며 지적인 모습을 보이던 그를, 만화는 마지막에 이르러 공자의 환생임을 암시하며 끝을 낸다. 막연히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학자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 그런 의외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게 나로서는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때 얼핏 이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만약 공자가 현대 사회의 사람이었다면?’

그리고 『백범일지』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상상을 했었다. 만약 청년 김구의 삶이 모진 풍파를 견디며 독립의 염원을 되새기던 좁은 감옥이 아니라 연필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공기를 무겁게 짓누르는 교실 한복판이나 전화소리가 끊이지 않는 직장에서 펼쳐졌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입시에 치이며 남들과 똑같은 고민을 안고 모의고사 성적에 연연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나 상사의 잔소리와 영업 실적에 찌들어 고단한 삶을 이어나가는 샐러리맨은 아니었을까? 우리가 이순신 장군을 구국의 영웅으로 기억하는 이유에 임진왜란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한몫했었듯이, 김구 선생 역시 일제 강점기라는 어두운 역사가 있었기에 투쟁의 정점에 설 수 있었던 건 아닐까. 그만큼 나는 세간에 오르내리는 위인들에 대해 어쩌면 조금 회의적인 사람이었다.

그래서였는지 백범의 삶의 행적을 따라가는 내내 나는 더더욱 사소한 그의 결점들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국모보수(國母報讎)를 하기 전 죽음의 두려움 앞에 망설이기도 하고, 감옥에서 받는 고문의 고통에 그냥 내 몸은 팔아버리고 맛있는 음식이나 얻어먹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동료 죄수 도인권이 일제에 저항하는 용기에 감탄하면서도 차마 같은 길을 밟지 못했던 나약한 김구의 모습을 말이다. 나는 위인 김구가 아니라 사람 김구가 궁금했던 것이다. 역사책에서 보여주는 주요 사건이 빼곡하게 적힌 도표 내용을 자세히 늘어놓은 해설서보다는 내 곁에서 술 한두 잔 기울이듯이 허심탄회하게 노년의 회포를 풀어놓는 따뜻한 친숙함을 원했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든 나와 다른 세계의 사람처럼만 보이는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었던 것 같다. 사실은 늘 남들이 존경할 만한 사람이 되자고 다짐하면서도 번번이 무너지는 나 자신에게 네가 본받는 그 사람들도 별반 다를 것 없는 인간이라는 말로 비겁한 자기위로를 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영리한 합리화가 쉽게 뜻대로는 되지 않았다. 김구 선생이 줄곧 자신의 한계를 넘어 버렸기 때문이다. 두려움 때문에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지나가나 싶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일본에게 국치를 되갚아 주고, 밀고의 유혹에 그토록 시달렸음에도 끝까지 소신을 지키며, 동료만큼의 용기를 내지 못했던 감옥을 출옥해서는 보란 듯이 독립운동을 한다. 따돌림 당하는 친구를 보며 침묵하고, 나의 이익 때문에 잘못된 일 앞에서 눈 감아 버리던 내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착잡해졌다. 언젠가 나와 닮은 점을 한 가지라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백범의 모습도 그렇게 나에게서 저만치 멀어져 버렸다. 그와 나의 차이는 어디서부터 만들어진 것일까 하고 생각하면서 허망한 심정으로 책을 뒤적이던 찰나, 나는 종전에 생각 없이 넘겼던 어느 구절에 눈이 멈췄다.

「나는 스스로 묻고 답한다. 네가 보기에 저 왜놈을 죽여서 설욕할 만하다고 확신하느냐? 답 : 그렇다. 문 : 네가 어렸을 적부터 마음 좋은 사람 되기가 가장 큰 바람 아니냐? 답 : 그렇다. 지금 죽여 설욕할 만한 원수 왜놈을 죽이려다 성공을 못하고 도리어 왜놈의 칼에 죽게 되면 다만 도적의 남은 시체만을 세상에 남길 텐데, 그렇다면 너는 마음 좋은 사람 되고자 하는 바람은 거짓이고 실은 몸 호강하고 이름 날리고 싶은 바람이 아니냐?」

그러고서 김구는 일본인을 칼로 찔렀다. 그 부분이 왜 그렇게 내 시선을 잡아두었는지는 나도 알 수가 없다. 다만 죽음을 앞둔 극한 상황에서도 그가 하는 문답을 하물며 나라고 평소에 못할 것은 없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백범은 그저 스승의 가르침과 자신의 원칙을 지켰을 뿐이다. 두려움 앞에서 용기를 내기는 결코 쉽지 않지만 그 방법은 간단했다. 배운 대로, 알고 있는 대로 실천하는 것이다. 내가 왜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 앞에서 망설이다 끝내 돌아섰었는지, 돌이켜 보면 그것은 단지 나의 신념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만큼 충분한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양심이 나에게 묻는 질문에 정면으로 맞서는 대신 항상 살짝 몸을 돌려 옆으로 피해 버리곤 했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와 나의 차이를 만드는 시작점이라면 당장이라도 바꾸어야지 싶었다.

그렇게 나는 내가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들을 그에게서 찾기 시작했다. 열악한 상황이라고 해서 믿음과 희망을 버리지 말 것. 자기 과신이나 감정에 빠지지 말고 주변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것.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먼 미래와 더 큰 목표를 생각할 것.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길인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할 것. 김구 선생께서 옥중에서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조국의 광복이라는 원대한 꿈을 꾸면서도 흔들리지 않은 원칙인데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친구들과 노는 게 일상의 전부인 내가 깨뜨릴 순 없었다. 그리고 이제 겨우 시작인 지금 단계에서부터 그 원칙이 무너진다면 앞으로 백범의 발끝에조차 닿을 수 없음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애초에 순서가 틀렸던 것이다. 누군가의 삶을 낱낱이 분해해서 조각난 파편들을 헤집고 다니기만 했을 뿐 그 작고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어떻게 하나의 그림이 만들어지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백범선생의 결점은 내가 찾아낸 것보다도 분명 더 많을 것이지만 그 때문에 그의 인생이라는 커다란 그림은 더욱 빛난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리고 자기 내면을 향한 성찰과 외부를 향한 독립투쟁은 비록 방향은 다르지만 그 근본은 궁극적으로 같은 곳에 있었음을 이젠 안다. 눈앞의 작은 장애물도 뛰어넘지 못하면서 막연히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지도.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했던 그다. 자신에게 몽둥이찜질을 가하는 일본인들을 보며 분노가 일 만 한데도 먼저 자기를 짓누르는 자괴감을 떠올리던 그다. 나라를 구원하고자 성심껏 살아온다고 살아왔던 내가 저 사람들처럼 불을 밝히고 밤을 새우며 성실한 노력을 다하여 자신의 일에 충실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가를 자책하면서. 누구라도 세상을 힘껏 욕하며 괴로움을 한탄하고 싶었을 상황에서조차 자신에 대한 성찰을 이어나가는 선생의 정신에 숙연해져 잠시 읽던 책을 덮고 생각에 잠겼을 때 느낀 감정이 나는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 처음에 물었던 질문에 대해 이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그토록 극한 상황에서도 꿋꿋이 초심을 잃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교실에서 나와 함께 수업을 듣는 고등학생으로 살더라도 최소한 우리 학교에서 그를 잘 아는 사람만큼은 저 아이 정말 좋은 친구다, 하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겠느냐고. 모두의 존경을 받으며 사람들의 입에서 널리 회자되는 위인 김구가 있기 전에는 하루하루를 마지막같이 성심껏 살아가던 인간 김구가 있었지 않겠느냐고. 매일 밤 거울 앞에서 나에게 막연히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고 묻던 질문도 이제는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오늘은 어떤 하루를 살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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