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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 독서감상문 쓰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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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소개

수상작 소개 상세내용
제목 백범 유전자
작성자 허나영(삼현여고) 개최일 2013-07-04 조회 2475

백범 유전자

(백범일지를 읽고)

 

                         

              삼현여자고등학교 1-7 허나영

 

  동시촉탁同時觸托이란 불교용어가 있다. 이는 새끼와 어미의 부리가 동시에 맞닿을 때 비로소 알이 깨지며 새끼가 부화한다는 뜻이다.
  근대는 인류 역사상 가장 잔인한 시대였다. 자본주의의 열풍을 타고 유럽에서 시작된 이 난류는 아프리카를 강타하며 파죽지세로 아시아까지 그 피바람을 뿌렸다. 이에 조선은 강제로 근대에 편입됐다. 고종의 우매함과 집권당이었던 노론의 매국 행위와 일본의 야만성이 동시에 촉탁하며 나라를 팔아 치웠다. 이렇듯 열강이 약소국들을 식민할 때 느꼈을 일말의 도덕적 양심을 망각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제국주의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우승열패의 다윈주의였다. 강한 유전자는 자연선택에 의해 이기적으로 진화한다는 다윈주의의 입장에서는 매국의 행위는 당연한 인간 본성의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민족해방과 새 조국 건설을 위해 생명까지 투척한 한국의 레지스탕스들은 과연 어떻게 해석되어야 할까.

  ‘마음 좋은 사람’ 백범은 조국의 운명과 개인의 운명을 같이 한 골수 민족주의자이며 사회계몽주의자였다. 상민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파란만장한 투쟁가의 삶을 살았던 그는 전통 유학, 동학, 불교, 기독교의 정치사회적, 종교적 변화를 겪으며 성장했다. 갑오동학부터 임시정부 주석에 오르기까지 그를 지탱한 것은 바로 다원적이고 중층적이며 포괄적인 진보적 사상이었다.
  이런 그의 사상은 항일 구국 전선에서 눈물로 먹을 갈아 쓴 글 <백범일지>에 잘 나타나 있다. 상권이 백범의 가문과 성장과정, 항일구국운동 등을 기록한 것이라면 하권은 3·1운동 직후 임시정부에 참여하여 일하게 된 것부터 중경에 정착할 때까지의 독립운동에 관한 기록이다. 이는 작게는 아버지가 두 아들에게 남긴 소소한 유서이며 크게는 길 잃은 국민에게 남긴 ‘민족철학’이었다. 하지만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나의 소원은 대한의 완전한 자주 독립이라고 답할 것이라는 백범은 그가 그토록 바라던 해방된 조국에서 반탁운동을 하며 통일된 조국을 건설하려다 열강에 빌붙어 민족적 과제를 방기하고 개인적인 권력을 탐하는 동족의 흉탄에 생애를 마감했다.

 

"무슨 까닭으로 세상일은 이렇게 공평하지 못한가. 슬프다. 이웃 나라를 강탈하고 인명을 잔인하게 해치는 자는 이처럼 기뻐 날뛰면서 아무런 꺼림도 없는데, 죄 없고 어질고 약한 인종은 거꾸로 이런 곤경에 빠져야 하는가." (『안중근 자서전』 중에서)

 

  결국 한국은 친일친미세력으로 절름발이 정부를 세웠고, 민족주의는 편협한 국수주의로 매도되고, 제국적 자본주의는 전지적 능력을 행사하며 횡포를 일삼았다. 또한 계급 독재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친일청산은 반세기동안 오리무중이며, 남북한은 대립과 타협을 반복하며 한국전쟁이후 아직까지 휴전중이다.

  나는 절망했다. 백범이 말한 '자유'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끝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사춘기, 그 늦은 열병을 혼자 치르고 있었다.

 

"자유와 자유 아님이 갈리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속박하는 법이 어디서 오느냐 하는 데 달렸다. 자유 있는 나라의 법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에서 나오고, 자유 없는 나라의 법은 국민 중의 일 개인 또는 일 계급에서 나온다."(『쉽게 읽는 백범일지』 중에서)

 

  나는 물이 오른 사춘기의 비관과 회의주의에 빠져 도처에 깔려 있는 본질적인 ‘악’으로부터 나를 방어하기 시작했다. 그 방편은 내가 바로 ‘그것’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게 된 나는, 도중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환한 희망의 빛이 나를 향해 온통 쏟아지고 있었다.

 

"우리가 비록 어두운 쪽을 보고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우리의 의식적인 선견지명은 맹목적인 자기 복제자들의 이기성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를 구해 줄 것이다. 우리에게는 우리를 낳아 준 이기적 유전자에 반항하거나, 우리를 교화시킨 이기적 “밈(지성과 지성 사이에서 전달되는 문화적 정보의 복제자)”에게도 반항할 힘이 있다. 우리가 사후에 남길 수 있는 것은 유전자와 ‘밈’ 두 가지다. 소크라테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코페르니쿠스, 마르코니의 밈 복합체는 아직도 건재하지 않은가."(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중에서)

 

  그렇다. 백범의 민족정신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의식과 의식을 통해 증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백범일지>라는 문화 유전자를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와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가 되기를 희망한다. 문화의 힘은 자신뿐 아니라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오늘의 인류의 불행은 인의와 자비와 사랑의 부족한 때문이며 인류에게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쉽게 읽는 백범일지』 중에서)

 

  또한 백범은 일지에서 민족마다 최선의 문화를 낳아 길러 다른 민족과 서로 바꾸고 서로 돕는 일이 내가 믿는 민주주의요, 이것이 인류의 가장 확실한 진리라고 역설해 그의 민족적 견해가 편협한 조국애에 있지 않고 전 인류의 행복에 있음을 알게 한다.

  교정의 뜰에는 초라하지만 강인한 여인의 동상이 우뚝 서 있다. 그녀가 바로 백범의 젖줄인 곽낙원 여사이다. 나는 스스럼없이 다가가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는 생뚱맞게도 궁둥이를 길게 빼고 얼굴을 들고 섰다. 그러고는 부리를 비죽이 내밀고 눈을 감고 기다려 본다. 누가 아는가. 내 무지의 껍질을 깨어줄 그녀의 신성한 부리가 찰나에 촉하고 탁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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