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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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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 2. 10. 삼천만 동포에게 경고(敬告)함
친애하는 동포여러분!

내가 입국한지도 벌써 14개월이 지났다. 천질이 노둔하고 재덕이 부족하다는 이 긴동안에 있어 여러분의 열렬한 애호와 다정한 격려를 추호도 보답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 동안에 기구한 객관적 정세의 발전은 외로 국제관계에 별 호전이 없고, 내로 인민이 도탄에서 신음하고 있게 되었다. 가슴을 부둥키어안고 통곡을 한들 시원할 것이 무엇이랴마는, 노안에서 열루가 방타함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열루만이 우리를 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직 과거를 엄정하게 비판하여서 전 민족이 일심일덕(一心一德)으로 정확한 전로를 개척하기에 공동 분투함에서만 우리의 생존발전은 있을 것이다. 나도 자기의 과거를 검토하여 뉘우치는 바가 하도 많다. 그러나 지폭관계로 일일이 제기하여 여러분에게 사하지 못함은 유감이다. 이 점에 대하여는 여러분의 관서(寬恕)를 청하는 바이다. 나는 앞으로 분골쇄신을 할지라도 잔명을 조국에 바치어 장공속죄(將功贖罪)를 하기로 결심하고, 위선 5점을 들어 여러분께 협력을 간구한다.

공명(共鳴)함이 계시거든 간단(間斷)없이 현명한 고견과 탄백(坦白)한 책려(責勵)를 주시는 동시에, 공동 노력하심을 아끼지 아니하시기를 切望한다.

一. 독립진영의 재편성

이 문제에 대하여는 일전에 비상국민회의·독촉국민회·민통 급(及) 각정당단체의 제위 동지에게 고하는 글에 이미 진술한바 있거니와, 재작년 8·15이후의 우리 독립운동은 성취보다 실패가 더 많았다. 공심보다 사심의 표현이 더 컸고, 이지보다 기분의 충동이 더 강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 현상을 계속하면 결국 민중과 격리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위기에 임하여서도 실패를 실패로 인정하지 못하고 독립진영을 재편성하지 아니하면, 즉각에 우리는 수습할 수 없는 국면에 봉착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급히 수 십년 내의 독립운동의 법통을 계승한 비상국민회의에 독촉국민회와 민통을 합류하게 하여서 독립진영에 최고기구로 삼는 동시에, 각 정당과 단체의 권위 있는 대표를 참가하게 하여서 그 기구를 확대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기구는 명칭을 무엇이라고 하든지 독립운동의 최고 방략을 정하여 그것을 운영하기 위하여 독립운동을 위한 각 정당과 각 부문단체들을 지휘 명령할 수 있는 권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신기구(新機構) 산하에서 움직이고 있는 각 집단은 그 명령에 의하여 신속히 민중 속으로 깊이 들어가, 그들에게 선전하고 그들을 훈련하고 그들을 조직하여서 독립진영을 민중의 기초 위에 확립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二. 합작위원회

우리는 전 민족 통일을 수요하는 것이다.

전 민족 통일을 수요함으로 좌우합작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우리가 자립하는데 내부통일이 절대 필요하지만, 정치이념이 부동한 양 개국에게 분단점령을 당한 금일에 있어서, 우리의 독립과 자유를 쟁취하는데는 더욱 그러한 것이다. 좌만도 독립을 완성하기는 곤란한 것이며 우만도 독립을 완성하기는 곤란한 것이다. 그럼으로 현시에 있어서 민주의원에서 합작위원을 소환한 진의는 결단코 좌우합작을 불필요로 인(認)한다든가 혹은 단념하는 까닭이 아니다. 다만 합작위원회가 그 임무수행 중간에 있어서 돌연히 좌익의 배반을 입어 그 목적을 달성할 희망이 없게되었고, 또 해회(該會)에서 발표한 7원칙 중에 반탁에 관한 조항이 최근에 문제되고 있는, 하지 중장의 작년 12월 24일 서한의 내용과 본월 5일 성명에 의하여 수포가 되고 만 까닭이다.

그러나 해회(該會)를 취소한다하여서 합작공작을 위하여 진심으로 노력한 몇분에 대한 우리의 경의는 감할 바가 아니거늘, 일시 감정상 충동으로써 그들에게 매욕(罵辱)을 가하려하는 것은 천만부당한 것이다. 더구나 해회를 영도하는 김규식 박사는 독립운동을 위하여 일생을 희생하였고, 탁치 반대자로는 누구보다도 철저한 터인데, 그를 찬탁자로 몰아넣으려는 것은 일종의 공심을 떠난 모략으로밖에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격별(格別 ? 恪別)히 이런 점에 주의하여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 부언할 것은 근일에 세간에서 운위하는바 중간노선은 정치이상으로 있을 수 있는 것이며 이것을 이상으로 하는 중간당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좌우합작의 사명을 가지고 노력하던 합작위원들이 좌도 버리고 우도 버리고 중간만을 취한다면 그것은 당파를 하나 더 만들어내는 것밖에 아무 것도 아니될 것이다. 이것은 결국 자기의 사명을 저바리는 분파행동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현존한 합위(合委)는 해체하고 좌우합작의 도경을 별개로 강구하지 아니하면 아니될 것이다.

三. 신탁

우리에게 독립을 약속하고 신탁을 실시하려는 것은 마치 약주고 병주는 셈이다. 본래 우리 나라에 신탁을 적용하려는 것은 금차 대전의 목적에도 위반되는 일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우리에게 모욕되는 구실을 만들어 견강부회(牽强附會)하려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신탁을 적용할 임무를 가지고 제일선에 선 미·소 양국도 그 불합리한 것을 잘 요해(了解)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므로 그들의 해설도 불일하여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먼저 소련 측은 신탁을 후견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국제연맹 규약에 의하면 위임통치와 후견을 동일하다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 중장은 신탁이 무엇인지는 자기도 모르나 신탁이 원조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기왕 원조할 바에는 자기도 모르고 우리도 원하지 아니하는 신탁으로만 원조할 필요는 없는 것이 아니냐. 말이 이에 이르면 삼척동자라도 그 중에 명랑치 못한 무엇이 잠재한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최근 소지에 논한바 '미국이 태평양 도서를 신탁 관리한다는 것은 합병과 같다'고 한 단안에 의하면, 한국에 대한 4국 신탁관리는 4국 공동합병이라는 결론에 이르고 말 것이다. 그러면 신탁을 반대하는 자가 의인이며 애국자가 될지언정 독립 방해자나 반동분자가 될 이유가 어데 있으랴. 이것이야말로 신일진회(新一進會)를 산출할 가능을 가진 위험한 논법이다.

그러므로 신탁설이 전해온 최초의 반향은 우리 전국 전 민족이 총궐기하여 생명을 도(賭)함으로써 일치하게 반대하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소수인사가 북쪽으로부터 오는 괴류에 휩싸여 3일만에 돌연히 표변하여 반탁을 반대한 것뿐이다. 기실 신탁이 좋다고 감히 정면으로 찬성한 자는 하나도 없었다. 이 정황을 목도한 아놀드 장군은 귀국하는 즉시로 화성돈(華盛頓)에서 '한국 인민은 절대다수가 탁치를 반대한다'고 명언(明言)하였다. 그런 뒤 수 삭이 못되어 윌리엄 씨가 '한국 인민 중에는 탁치를 좋은 것으로 이해하는 자가 일증한다'고한 것은 한인을 격분시킬 뿐 아니라 세계를 현혹하게 하지 아니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동포중 일부인사가 실망적 상태에서 신탁정부라도 성립되었으면 민생문제가 다소 해결되리라는 막연한 관념을 가지는 경향도 아주 없지는 아니한 듯하다.

그러나 이것은 구갈(口渴)을 풀기 위하여 독약이라도 마시려는 위험한 착각이다.

우리 생존은 자주독립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화성돈 선생도 '자유가 아니면 죽음이라'고 고함을 친 것이다. 그러므로 비율빈도 면전(緬甸)도 월남도 인도네시아도 인도도 모두 독립을 위하여 투쟁하고 있나니 어찌 한국만이 예외가 될 수가 있으랴. 자주독립을 위하여 영국과도 감히 전쟁을 한 미국은 누구보다도 우리를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또 일부 인사 중에는 본심으로는 신탁을 반대하면서도 그것이 국제적으로 규정된 기정사실이므로, 약한 우리로서는 반대한다 하여도 도리어 역효과밖에 내지 못하리라는 착오인식을 가지고, 오직 복종으로써 그들의 호의를 획득하여서 약속한 5년 후에나 틀림없이 독립을 주기를 애걸하자고 주장하는 듯하다.

그러나 다른 약소국들은 자기의 손으로 조인해 논 국제조약도 억굴(抑屈)한 것이면 불평등조약 취소를 세계에 호소하여서 필경 목적을 관철하거든, 우리만이 우리의 사정을 세계에 호소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으랴. 사형선고를 받은 죄인도 상고할 자유가 있거든, 우리를 원조하는 맹우(盟友)들이 우리의 독립을 위하여 정하였다는 방법이 우리의 원하는 바가 아닐진댄, 그들을 이해시키기 위하여 호소도 하며 반대도 하지 못할 것이 무엇이랴. 허물며 당사자인 우리는 알지도 못하게 자기네끼리 정한 것이니 그들도 양심상으로는 우리에게 동정할 것이다. 구하는 자에게 복이 오고 두드리는 자에게 문은 열리나니, 우리는 가장 냉정하고 평화로운 수단으로써 정의와 진리에 호소하여 신탁을 반대하자. 흑노(黑奴)해방이라는 정의를 위하여는 동족전쟁까지 일으킨 미국의 자녀와 10월 혁명이래 연합군의 서백리아(西伯利亞)출병을 반대하며 그 외에도 누차의 외국간섭을 피하기 위하여 투쟁하던 쓰라린 경험을 가지고 있는 소련의 자녀들이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거절할 리가 없는 것이다.

여사(如斯)히 양 개 우방의 인민이 우리에 대한 이해와 동정이 일증월가(日增月加)하면 양국의 정책도 자연 호전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미·소 공위가 그 사명을 이행치 못함으로 인하여 3상회의 결정까지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상, 우리가 우리문제를 UN에 또는 3월 10일에 모스크바에서 개최될 4상회의에 호소하여서 정당한 해결을 구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 회의에 참가할 영·불 양국은 미·소 양국과 같은 우리의 우방이며, 또 4상회의 후 조만간 중국이 참가하는 4상 혹은 5상회의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이 우리에게 동정할 것은 더 언급할 필요도 없거니와 현시에 면전(緬甸)과 인도에 독립을 허하려는 영국도 반드시 우리에게 동정할 것이다. 그리고 불란서도 중·영에 못지 아니하게 동정할 것이다.

불국은 3·1운동이후 우리 독립운동에 특별 동정하여 우리 임시정부가 십여년간 상해 불조계(佛租界)에서 안전히 활동하도록 보호하여 주었으며, 또 서력 1945년 1월에는 불국(佛國) 정부가 우리 임시정부와 사실상의 외교관계를 건립하기로 하였던 것이다. 설령 국제관계가 악열하더라도 우리의 독립운동은 잠시를 정지할 수 없거든, 이와 같이 절호한 기회를 앞에 놓고 어찌 노력하지 아니하랴. 전도의 희망이 뚜렷하니 오직 우리는 일치단결하여 신탁을 끝까지 반대하자. 우리의 생존은 독립에서 오는 것이요, 우리의 독립은 반탁에서 오는 것이다.

四. 38선

대전이 종료된지도 벌써 18개월, 세계는 영구한 평화의 수립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이때, 우리 나라에는 우리의 적을 적으로 하던 양 개 우방의 군대가 분단점령을 하고 있다. 이 얼마나 모순되는 일이냐. 더구나 화성돈(華盛頓) 방면으로 오는 외전(外電)에 의하면 권위 있는 문무관원들이 언명하기를 아국(我國)과 일·독에 군대를 주둔하는 것은 세계평화 유지에 필요하다고 하였다. 일·독에 군대주둔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지만 아국(我國)에 군대주둔이 필요하다는 것은 해석을 요하는 바이다. 한국자신이 일·독과 같이 평화에 위협을 준다는 것은 누구나 믿을 수 없는 것인즉, 문제는 우리 본신(本身)에 있지 아니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군대주둔 자체가 도리어 평화에 위협을 줄 것밖에 없다. 만일 이것을 부정하고 군대를 계속 주둔시킨다면 이로 인하여 생기는 후과로 말미암아 한국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불행이 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니, 이것은 우리에게 독립을 약속한 우방도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미·소 양군의 철퇴를 주장하는 것은 한국의 독립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요, 실로 세계평화 건설을 위해서도 큰 공헌이 있는 것이다. 일부인사가 무슨 형식의 정부든지 한국에서 성립되는 즉시 38선이 철폐되리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는 듯하나, 이것은 일종 희망뿐이다. 38선을 즉시 철폐시키는 유일한 도경(途徑)도 자주독립정부를 수립하는 데만 있을 것이니, 우리는 남북통일과 자주독립을 위하여 미·소 양군의 즉시 철퇴를 요구할 것이며 미소양군의 철퇴로써 남북통일과 자주독립을 완성하기에 일치 노력하여야 하겠다.

五.국제관계

한국도 국제의 일환인 만큼 국제관계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며, 국제도 이 환절(環節)을 무시하고는 평화를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과거의 유명한 정치가는 말하기를 국제간에는 영원한 우인도 없고 영원한 적인(敵人)도 없다고 하였지만, 우리가 앞으로 영구한 평화를 수립하려면 피차간에 영원한 우인이 됨에서만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시에 있어서도 우리는 모든 우방에 대하여 똑같이 친선을 도모할 것뿐이다. 그런데 호상우인(互相友人)되는 요결(要訣)은 역(力)의 강약, 물(物)의 빈부, 또는 색(色)의 여하에 구애됨이 없이 절대평등한 지위에서 호상(互相) 동정·양해·협조함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마땅히 국제간의 내왕과 유무상통(有無相通)을 환영하며, 또 우방에서 우리를 협조하기 위하여 각방면에 있어서 기술을 제공하며 고문이 되어주는 것을 요구도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를 불평등하게 대우하는 것은 절대로 거절할 것이다. 우리는 국제적 평등을 얻을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완전히 절망하지 아니할 때까지는 우리의 투쟁은 평화적이며 이지적이며 거족적이어야 할 것이다. 평화적임에서 동정을 박득(博得)할 수 있으며, 이지적임에서 주밀한 계획을 가질 수 있으며, 거족적임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요컨대 전 민족이 일치 단결하여 유리한 국제관계는 차에 순응하여서 완전 파악할 것이며 불리한 국제관계는 진리로써 투쟁하며 화기롭게 유도하여서 호전시켜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29년 2월 10일
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