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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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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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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 2. 9. 비상국민회의에 민통(民統), 독촉(獨促) 합류 요망
친애하는 동포 여러분, 내가 입국한지도 벌써 14개월이 되었다. 그 동안 조국 독립에 대한 우리의 자신은 더욱 확고해지고 있으나 우리를 위요한 객관적 정세의 발전은 초조한 고감을 느끼게 하는 바가 적지 아니하다. 사상적으로 대립한 양군의 점거는 아 민족의 내부 분열에 가세를 하고 있으며, 38선의 금성철벽(金城鐵壁)은 민족적 비애를 양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혼란까지 초치하였으며, 미·소 공위의 결렬은 3상회의의 결정을 전체적이나 부분적이나를 논할 것 없이 실효케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에게 독립을 약속한 맹국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또 보귀한 생명과 피로써 우리 강호 내에서 일구(日仇)를 구축(驅逐)하여 준 맹군을 무한히 감사하는 까닭에 침묵만 지켜왔다. 심지어 도처에서 일어나는 약탈 강간 능욕 살해까지도 최대의 인내로써 관대히 임하고 있다. 우리의 흉중에는 분만(憤 )이 차있으되 행여나 은의를 상할까 혹은 배외의 혐의를 입을까 염려하여 이에 대한 언동까지도 근신하여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돌아오는 답복은 '우리 동포 중에 탁치를 찬성하는 자가 점점 늘어간다'는 것이며 또 언제 재개될지도 알 수 없는 '미·소 공위에 대한 우리 의사의 자유 발표까지 미리 봉쇄하려는 것'뿐이다. 이 얼마나 무자비한 일이냐.

이것은 한국 민족만의 비애가 아니라 전세계 약소민족의 비애가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여사한 비애 중에서라도 우리는 남만을 원망할 필요는 없는 것이니 우리의 장래를 전망하며 과거를 회고하면서 반드시 반성하여야 할 것이다.

인필자모이후(人必自侮以後)에 인(人)이 모지(侮之)한다 하였으니 지나간 과오를 깨끗이 청산하지 못하며 앞으로의 계획도 없이 분주하기만 하다면 그것은 도로무공일 뿐만 아니라 도리어 남의 멸시만 더하여질 뿐이다.

나 자신도 적지 아니한 과오로 인하여 나를 열렬히 애호하고 격려하여 주는 동지 동포 여러분의 기대에 저버린 바가 없지 아니 하였다.

더욱 민주의원 창립과 미·소 공위 제5호 성명에 관한 서명과 또 최근 좌우합작 개시 등을 통하여 의존적 희망을 가졌던 까닭에 여러분께 까지 누를 끼친 바가 적지 아니하였다. 고요한 밤에 병상에 누워 문심자문하며 뇌해(腦海)에 만감이 교집하여 잠을 이루지 못할 뿐이다.

양심이 가책되는 바 있어 앞으로는 내 책임을 다하여 장공속죄(將功贖罪)함으로써 동지 동포 여러분의 부탁의 만 분의 일이나마 이행하기를 결심하였다.

그러나 독립진영을 돌아보면 지리멸렬의 상태에 빠져있으니 어찌 한심하지 아니하랴. 각 당·각 회·각 단이 임립(林立)하여 군웅할거의 형태를 이루어 명령계통이 서지 못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호상간에 시기·비방·배격·암투로 인하여 일보도 전진 못하고 있다. 여사히 혼란한 틈을 타서 애국자의 가면을 쓴 도배와 십년소지(十年所指)의 친일파 모리배까지 도약하고 있다.

그리하여 내로는 민중에 대한 실망이 일멸하고 외로는 타인의 수멸을 초래할 뿐이다.

만일 이것을 정리하지 못하면 반탁이니 독립이니 하고 대성질호할 지라도 그것은 자기 기만의 구두탄(口頭彈) 밖에는 아무 것도 아니 될 것이다. 그러므로 오인은 시급히 독립진영을 정화하며 확대 강화함으로써 재편성하여 능히 독립운동의 최고 방략을 안출하며 또 그것을 운영할 수 있는 유일 최고기구를 설치하지 아니하면 아니 된다.

우리는 여사한 기구를 구태여 신설할 필요 없이 현존한 민통·독촉국민회·비상국민회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면 족할 것이다. 그런데 그 중에도 비상국민대회가 수십 년래의 독립운동의 법통을 계승하였으니 나는 민통과 독촉국민회를 이에 합류시키어 먼저 세 기구를 단일화한 후에 그것을 적당히 확대 강화하여서 독립운동의 최고기구의 임무를 감당할 수 있도록 개조하기를 주장한다.

그리고 각 정당은 합동을 원칙으로 하되 즉시에 합동이 곤란하거든 호상 긴밀하게 제휴하며 각해 정당들과 그외 독립운동의 각 부문단체(부문단체도 동 성질의 것은 원칙상 합동하도록 할 것)들은 각기 권위 있는 대표자를 그 최고기구에 참가시키어 공동 노력하는 동시에 해 기구와 그 소속단체와의 종적 관계를 엄밀히 하면서 그 명령에 절대 복종하지 아니하면 아니 될 것이다.

그러한 연후에는 최고기구의 지휘하에 민중에 대한 훈련 선전조직을 진지하고 유효하고 신속하게 추진하여서 독립진영을 민중의 토대 위에 견고하게 세우지 아니하면 아니 된다.

그러나 차에 반하여 계획 없는 순간적 관념이나 혹 일시의 흥분된 감정의 충동으로 인하여 궤외(軌外)의 거동을 하다면 도리어 민중과 반리(叛離)되고 국제간의 동정을 잃어버릴 역효과만 가져올 것이니 이것은 깊이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긴박한 형세에 응부(應附)하기 위하여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원칙을 내용도 구비하지 못하고 조솔(粗率)하게 제기함은 심히 유감이다.

그러나 이것은 추후 계속하여 상토(商討)할 것을 전제로 하고 우선 이 원칙만이라도 실현하기 위하여 여러분 동지가 나와 공동분투하기를 갈망하는 바이다.

끝으로 일언을 가하는 것은 반탁 독립투쟁위원회에 관한 것이다. 이 조직은 반탁운동을 전개하기 위한 임시적 기구다. 그러므로 우리의 이상하는 바 독립운동 최고기구가 성립될 때에는 당연히 그 산하로 들어갈 것이며 필요를 인하면 해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