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 소개
| 제목 | WE'RE ALL HEROE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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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최정희(공군사관학교) | 개최일 | 2020-06-12 | 조회 | 22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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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RE ALL HEROES
공군사관학교 71士 7중대 최정희 재작년 겨울 수능이 끝난 기념으로 고등학교 친구들과 3박 4일간 중국 상해로 여행을 떠났었다. 4일이란 시간은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들을 3년간 꾹꾹 눌러 놨었던 우리에게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일정을 짜는 데 다소 애를 먹기도 했는데 그래도 한국인으로서 상해 임시정부에는 한 번 가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큰 의미를 두고 간 것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가보니 그곳은 우리에게 알 수 없는 무게감을 안겨주었다. 임시정부는 그 전날까지 본 화려한 상해의 시내와 번쩍번쩍한 야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골목길에 위치하고 있었고 실내 또한 20~30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협소한 공간이었다. 나라를 잃고 낯선 타향에서 임시로 정부를 수립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애환이 그 작은 공간 속에 느껴져 가슴이 먹먹했다. 또한 이 장소에서 생사를 결정짓는 수많은 일들을 도모하며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냈을 분들을 생각하니 그 어느 한 곳 마음 편히 발 디딜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임시정부는 상해의 그 어떤 화려한 여행지보다 더 오랫동안 머리와 가슴 속에 남았다. 임시정부에 들어서면 두 개의 커다란 태극기가 교차로 걸려있고 그 앞에는 마치 그곳을 굳건히 지키는 문지기 마냥 한 사람의 흉상이 놓여있다. 이 흉상의 주인공이 바로 백범 김구 선생이다. 나라를 빼앗긴 상황에서 임시정부는 그 존재 자체가 임무였는데, 김구는 그런 임시정부를 27년 간 처음부터 끝까지 지킨 지도자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여전히 다수의 여론 조사에서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독립운동가로 선정되고 있으며 그의 자서전인 『백범일지』 역시 매번 필독 독서로 선정될 정도로 대한민국에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백범일지』는 김구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두 아들에게 유서 형식으로 자신의 삶에 대해 남긴 것인데 책을 보면 그가 얼마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으며 그를 왜 한국근현대사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말하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일제강점기 때는 독립운동을 하며, 또 해방 후에는 남북의 통일 정부 수립을 위한 활동을 하며 그의 70년 평생을 나라와 민족을 위해 바쳤다. 예나 지금이나 『백범일지』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단연코 ‘나의 소원’에 관한 대목이라고 할 것이다. 비록 책에서는 그의 방대한 인생의 서사에 비해 아주 작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 대목은 그의 모든 행동과 행적의 이유이자 정신의 결정체라고 생각한다. 그 내용은 하느님이 소원을 물으면, ‘대한 독립’이고, 다시 물어도 ‘대한의 자주독립’이라는 것이다. 학창 시절부터 항상 이 글을 보면서 그가 얼마나 ‘독립’을 염원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으며 그의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강인한 결단력과 실천력을 본받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다시 전문을 읽어보니 그 글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비단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소원 속에는 독립에 대한 염원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바람이 담겨있었다. 그는 미래의 청년들에게 우리나라를 가장 높은 수준의 문화의 나라로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하며 우리나라가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를 이루어 인류 평화에 이바지하기를 바랐다. 이는 김구라는 사람이 꿈꾸었던 문화의 나라와 국민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보게끔 만들었다. 김구 선생님의 호를 살펴보면 그가 바라는 국민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백범의 ‘백’은 과거 천대를 받으며 살아왔던 신분인 백정(白丁)을 뜻하며 '범'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뜻의 범부(凡夫)를 뜻한다고 한다. 즉, 그의 호는 김구 자신이 남들보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낮고 가장 평범한 국민 중 한 명임을 나타낸 것이다. 실제로 그는 자신이 민족과 국가에 공헌한 것이 있다면 그만한 것은 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물론 그가 한평생을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고 대한민국을 어둠에서 빛으로 이끈 위인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절대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의 뒤에서 그를 존경하며 뒤를 따르던 뜨겁고 아름다운 청년들이 있었고 생계를 제쳐두고 만세 운동에 나왔던 수많은 국민들이 있었다. 독립운동을 하러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홀로 남아 자식들을 보살피고 생계를 꾸려간 아녀자들이 있었고 도망 다니는 독립투사들을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집에 숨겨준 따뜻한 이웃들이 있었다. 『백범일지』에서도 김구 선생님이 독립자금을 모으며 ‘중국 곳곳에 사는 우리 동포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돈’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대목이 나온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한 푼 한 푼 기꺼이 내어준 그 ‘동포’들이 나라를 위한 마음도 결코 작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들 모두를 ‘영웅’이라 부르고 싶다. 과거에는 초월적인 힘과 능력으로 지구와 나라를 지켜낸 자들만이 영웅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어려서부터 전쟁 영화가 싫었던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였다. 우리는 주인공이 아닌 조연, 엑스트라에게는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는다. 물론 주인공은 죽지 않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훌륭한 영웅이 되지만 그 외의 사람들은 그들의 곁에서 얼굴 한 번 제대로 비추지 못한 채 아무 의미 없이, 아무 잘못 없이 죽어 나가는 것만 같았다. 그들도 누군가에겐 소중한 아들, 딸이고 누군가에겐 소중한 남편과 아내일 텐데 말이다. 절망 속에서 살아가야 할 그들의 가족을 생각하면 주인공의 활약에도 좀처럼 집중되지 않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앞장서서 계획하고 실행하며 이끄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 뒤에서 보살피고 따르는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인공의 곁에 있는 그들 역시 아무 의미 없이 죽어 나간 것이 아니었다. 그 순간 그 공간에서 자신의 목숨보다도 나라를 지킬 것을, 가족을 지킬 것을, 자신의 신념을 지킬 것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들도 그들의 인생의 주인공이었으며 누군가를 지켜내고자 자신을 희생한 영웅이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자주독립을 이룬 지금 과연 대한민국은 김구가 원하는 나라가 되었을까. 인터넷에서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여러 사회적 문제와 함께 널리 쓰이고 있는 요즘 그가 꿈꾼 사랑과 평화가 바탕이 된 문화의 나라를 혹자는 ‘너무 이상적이다.’, ‘너무 추상적이다.’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최근 그러한 나라가 절대 이상 속에만 존재하지 않음을 더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생각이 굳어진 것은 코로나 19사태를 겪으면서이다.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코로나19가 점차 대한민국에서 감소세로 접어들면서 한국의 코로나 대응 시스템은 화제가 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대응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코로나와 묵묵히 그리고 처절하게 사투를 벌인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코로나의 최전선에서 밤낮없이 땀 흘리며 헌신하고 있는 수많은 의료진분들이다. 이들 중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의원을 임시로 휴업하면서까지 직접 자원한 의료진들도 다수라고 한다. 그들은 사랑하는 가족, 친구, 연인과 떨어져 지내면서까지 누구보다 먼저 그리고 적극적으로 의료현장에 발을 내디뎠다. 그들 덕분에 우리는 불편하고 불안한 나날들을 이겨내며 지금과 같은 변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 이러한 의료진분들을 응원하며 우리는 ‘WE'RE ALL HEROES'라는 구호를 외친다. 본인의 건강도 위협받는 상황에서 한 명이라도 더 완치 받을 수 있도록 병과 사투 중인 의료진들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며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는 우리 모두가 영웅이라는 것이다. 김구 선생님은 인류가 현재 불행한 근본 이유가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타인을 사랑하며 자신이 가진 것을 내어주고자 하는 이들을 보면서 우리에게 아직 사랑이라는 가치가 건재하며 우리 모두는 영웅이 될 수 있는 마음을 지니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 시기도 있었다. 처음엔 그저 ‘군인’, ‘조종사’에 대한 동경심으로 사관학교를 선택한 것이 사실이다. 단순히 군인을 여러 직업 중의 하나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점차 ‘군인’이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내 하나의 ‘정체성’이 되어야 함을 느끼게 되었다. 직업과 정체성은 너무도 다르게 와 닿았다. 나에게 군인이라는 사람이 갖춰야 할 명예와 사명감 같은 것이 있는지, 내가 과연 내 나라, 국민들을 지켜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뭐 하나 확신이 드는 것이 없었다. 비록 지금은 평범한 한 명의 생도에 불과하더라도 1년이 지나고 4년이 지나 임관까지 하게 되면 과연 진정한 군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심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최근 간호사관학교 생도들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올해 간호사관학교 60기 졸업생들은 졸업 및 임관식을 3일 앞당김과 동시에 행사가 끝나자마자 국군대구병원으로 향해 바로 코로나19 대응 임무를 맡았다. 전쟁터와 맞먹는 국가 재난의 상황에서 국민과 군을 위해 현장에 바로 뛰어든 그들이 같은 생도로서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웠다. 그들도 무섭고 두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위치에서 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향해 나아갔고 그들의 그런 선택이 바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엄청나게 대단하고 특별한 사명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내 것은 조금 줄더라도 나만의 이득이 아닌 우리 모두가 이득을 얻길 바라는 마음과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 사람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 마음으로 모든 선택의 순간에 한 발짝 더 내디뎌 그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조금의 용기가 필요할 뿐이었다. 이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백범일지』를 통해 김구 선생님의 삶을 돌아보며 그의 정신을 기리는 동시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는 후손들에게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진심 어린 마음으로 전해주고자 했다. 그는 원대한 포부와 엄청난 능력을 소유하고 있는 국민들을 원한 것이 아니다. 사랑과 자비로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원했다. 김구 선생님이 자신의 인생을 바쳐 일궈낸 그 시절은 단 100년 전에 불과하다. 앞으로의 100년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으며 이는 우리 손에 달렸다. 사랑과 자비로 가득 찬 문화 국가를 향한 김구 선생님의 꿈은 우리가 앞으로 가슴 깊이 새기고 이뤄내야 할 과제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곁엔 수많은 영웅이 존재하며 우리 모두는 영웅이 될 수 있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 이 모든 사람들이 모여 이 세상은 점점 더 바람직하고 행복한 방향으로 김구 선생님이 소망한 세상을 향해 흘러가게 될 것을 굳게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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