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 소개
| 제목 | 『백범일지』, 나의 서른에게 보내는 편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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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전청수(56사단) | 개최일 | 2018-10-02 | 조회 | 28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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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 나의 서른에게 보내는 편지 56사단 대위 전청수
나는 5개월 뒤면 서른 살이 되고 군 생활을 시작한지 6년차에 접어든다. 가끔 내 삶을 돌아볼 때면 내가 생각해왔던 서른 살의 내 모습과 서른을 5개월 앞둔 나의 모습 간 괴리에 불안이 엄습해 올 때가 있다. 서른 살의 군 생활 6년차의 내 모습은 무언가 더욱 성숙하고,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사람이 되어있을 줄 알았다. ‘지금의 삶의 모습과 하는 일은 내가 진정 원하던 것일까?’,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이렇게 살다가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와 같은 질문들이 나를 괴롭히던 요즘이었다. 누구나 내 나이쯤 되면 한 번씩 이런 늦은 사춘기가 찾아오는 걸까? 20대 때의 청운의 꿈은 온데간데없고, 오늘 하루 무사히 넘기기에만 급급해 의미를 찾지 못한 일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뿐이었다. 삶에 대한 불만족, 업무 스트레스, 현실의 고민에서 벗어나고자 또래의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고, 선후배들에게도 조언을 구해보아도 모두들 비슷한 고민을 할 뿐, 어느 누구도 내 마음 속 열병을 식혀주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 열병으로 작은 좌절에도 크게 절망하며 쉽게 무너지는 내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점점 자라나는 마음의 열병앓이를 하던 내게 『백범일지』 속 김구 선생의 생각과 행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물론, 『백범일지』는 김구 선생이 자신의 아들들을 위해 써내려간 글이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혼란스러운 서른을 맞이하는 나에게 보내는 편지와도 같았다. 그 편지는 본인의 삶을 통해 따끔한 질책과 따스한 위로와 격려로 흔들리는 나에게 조언해주었다. 그 조언들로 인해 나의 열병을 열정으로 바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또래의 청춘들을 위해 나의 고민들과 내가 그에게 받은 편지의 조언들을 나눠보고자 한다. 나의 고민1. 불안한 미래 미래가 불안합니다. 저는 군 생활 6년차로 전역한 많은 동기들과 사회생활이 녹록치 않다는 얘기를 나누고,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장이지만, 진급하지 못해 전역해야하는 분들의 막막한 생계걱정을 들을 때면, ‘나도 언젠가 엘리트 집단에 속하지 못해 준비 없이 등 떠밀려 군을 떠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자라납니다. 백범의 편지 요즘은 모두가 개인의 행복과 안녕이 중요시 되는 시대에서 사람들은 더 높은 자리, 많은 돈, 편안한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세상이지. 그래서 인지, 내 시절에 비해 풍족한 삶을 사는데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더 가지지 못해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더군. 자네의 불안도 그런 것 아닐까 싶네.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자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떤 해결책을 실행하고 있는가? 나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상놈의 신분이었기에 어린 시절부터 차별과 좌절을 많이 겪었지. 내가 김창수로 불리던 꿈 많던 청년 시절, 견디기 힘든 한계들을 극복하고자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과는 좌절하기 일쑤였지. 수차례 감옥에 투옥되어 갖은 고문으로 몸이 상했고 그런 고통은 나에서 끝나지 않았네. 죄 없는 가족들까지 옥바라지로 고생시키며 쉽지 않은 세월을 보냈다네. 하지만 난 불안 속에 살지 않았네. 왜 그런고 하니, 좌절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지. 국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왜놈을 살해 응징하였고, 감옥에 투옥되었을 땐 그 안에서 글을 몰라 억울하게 당한 이들을 돕는 일을 하였으며, 이후 우리 민족을 위해 독립운동에 힘썼다네. 나는 27년 동안 망명생활을 하며 왜놈들에게 쫓겨 다니는 신세였지만, 난 불안 속에 살지 않았네. 결과가 어찌되건 난 내가 열망하던 마음 좋은 사람이 되고자 행동했기 때문에 불안하지 않았어. 그리고, 자네가 엘리트가 아니면 또 어떤가? 엘리트가 아니면 내쳐질까봐 두려운 겐가? 나를 보게나, 내가 엘리트 같은가? 내 호가 말해주듯 나는 스스로를 백정, 범부라고 칭하며 일찍이 우리 독립정부의 문지기가 되기를 원하였네. 그것은 우리나라가 독립국만 되면 나는 그 나라에 가장 미천한 자가 되어도 좋았기 때문이고 그게 내가 추구해온 가치네. 민족을 등진 엘리트보다 뜻깊지 아니한가. 또한, 자네는 아직 젊고 무엇이든 준비할 시간이 있지 않은가? 과거의 편협한 생각을 버리고, 큰 사명을 가지고 제 마음을 닦고 제 힘을 키우기로 낙을 삼기를 바라네. 남이 재단한 행복한 삶 속에 자네를 맞추지 말고, 스스로 깨달은 가치 있는 일을 찾아 실행하게. 그러면 그 가치 있는 일이 부귀를 보장하지 않더라도 자네를 더 이상 불안하지 않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걸세. 나의 고민2. 인간 관계적 문제 나이를 먹고, 자리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 중대장으로서, 친구로서, 동료로서, 아들로서… 등등 이런 역할에 대한 기대들이 한꺼번에 다가와 부담스럽고 버겁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관계 속 소홀해진 누군가에게 서운한 얘기를 들을 때면 마음이 편치 않고, 그럴수록 감정소모도 심해서 제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SNS 속 수많은 친구목록을 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내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어떤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허망하지 않은 관계인지 혼란스럽습니다. 백범의 편지 나 역시도 스스로 나의 인간관계 속에서 기대되는 내 역할을 충실히 다했다고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네. 나는 늙은 어미를 옥바라지 하게 만들었고,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아내와 아이들을 챙기지도 못했네. 결국엔, 독립 운동하던 내 뒷바라지만 하다가 부모님과 가족들은 고생 속에 눈을 감았지. 나는 비록 조국을 위해 소중한 사람들도 챙기지 못했지만, 내 자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말은 소중한 사람에게 집중하라는 것이네. 사람마음이 모두 다르며, 타인에게 줄 수 있는 노력도 한정적이기에 모든 관계에서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렵다는 걸세. 주변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마음보다는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을 챙기는 마음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네. 결국은 한정된 노력을 어느 가치를 위해 쓰느냐가 중한 걸세. 또한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이니 소중한 사람들에게 받을 걸 기대치 말고 주는 즐거움으로 대하게나. 자네도 내 평생 되고자 했던 마음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먼. 자네의 질문과 벗어날지 모르겠으나 관계에 있어 충고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사람을 사귐에 있어 되는대로, 아무나 만나서는 안 된다는 걸세. ‘근묵자흑’이라는 말처럼, 주변사람이 자네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 이상이니 자네 주변에 두고 만나는 사람들을 가려야 하네. 내 삶을 돌아보면 두 부류의 사람들이 내게 큰 영향을 미쳤는데 첫째는, 요즘 멘토라고 부르는 스승이오, 둘째는 뜻을 같이 하는 동지들일세. 내 삶의 스승은 아버지, 이생원, 안진사, 고능선 선생 등이 있었고 이들이 있었기에 삶에서의 방향과 지적인 성숙과 깊이 있는 고민이 가능했네. 자네도 주변에 분명 스승이 있을 걸세, 멀리서 찾지 말고 주변 사람들의 좋은 점을 찾아보게나. 그러면 생각보다 많은 스승을 찾을 수 있을 걸세. 내 삶의 동지들은 주로 독립운동과 민족적 국가건설에 뜻을 두었던 사람들인데, 그 동지들이 있었기에 우리나라의 독립과 민족적 국가건설의 토대를 마련하는 큰일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네. 절대 나 혼자서는 이뤄내지 못했을 일들이야. 그러니 자네도 뜻을 함께 하는 동지들과 큰 뜻을 세우고 나아가보게나. 끝으로 자네도 자네가 보고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인 스승과 동지들을 찾게. 그리고 그 넓어진 식견으로 배움을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관계를 맺다보면 자네가 지금 겪고 있는 관계의 허망함은 조금은 줄어들 듯 싶네. 나의 고민3. 업무적 스트레스 사람들은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일터는 자아실현의 장소라고들 하지만 업무를 하다보면 ‘이게 정말 필요한 것인가? 내가 생각하던 군인의 일인가?’하는 의심이 들 때도 있고, 직업의식과 자아실현보다는 생계를 위해 군 생활을 버텨내는 분들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기운 빠지는 주변 분위기와 의미를 찾지 못한 일을 기계적으로 하는 스스로를 볼 때면 저도 그렇게 생계형 군인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가 됩니다. 백범의 편지 자네는 이미 생계형 군인이 되어가는 것만 같아 보여. 그 이유는 자네 역시 불평을 하고 불안해만 할 뿐 그 어떤 해결책도,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는 거 같기 때문이네. 부디 이 얘기가 자네에게 아프게 들려 약이 되길 바라며, 조금 더 이야기 해보겠네. 내가 제일 먼저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것은 자네는 어떤 모습이 군인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군? 자네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군 생활과 군대에서의 바람직한 업무의 모습이 있다면 지금의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았으면 좋겠네. 그리고 그 해결책 또한 스스로 세워보길 바라며, 스스로 생각한 해결책이 정해졌으면 실행해보게나. 내 장담하건데, 쉽지 않을걸세. 우리는 권력에, 외로움에, 고통에 너무나도 취약하지. 그래서 옳다 생각하는 것도 하지 못하고, 옳지 못한걸 보면서도 못 본 척 넘어가는 것일지도 몰라. 나는 치악포에서 왜놈을 죽여 국모시해에 대한 원수를 갚았네. 그리고 방을 붙여 나의 신상과 살해의 이유를 적어두었지. 내가 이렇게 한 까닭은 후일이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라네. 내 스스로 되내어 질문했네. 저 왜놈을 죽여 설욕할만하다고 확신했고, 성공하지 못해 죽더라도 마음 좋은 사람이 되고자하는 바람을 이룰 수 있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지. 그리고 나는 투옥되어 많은 고초를 겪었네. 하지만 사람 일은 감춤이 없어야하고, 구차히 살기만 도모하는 것은 장부가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네. 또 나는 민족국가건설을 위해 모두가 만류했던 북으로 발길을 향했네. 그 역시도 문제에 있어 불평하기보다 무언가 해결책을 찾아 행동해야했기 때문이었어. 계급과 직책이란 권위가 내려누르고 훗날의 보복이 두렵더라도 잘못된 불합리에 대해 바른 소리를 내주는 청년이 되어주길 바라네. 불합리하지만 모두가 얘기하지 못하는 걸 자네가 해주게. 이봉창, 윤봉길 의사가 그랬던 것처럼, 누구나 할 수 없는 의미 있는 일을 찾아 실행하여, 군에서의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은 어떤가? 나 같은 평범한 사람도 했으니 자네도 할 수 있다네. 나의 고민4.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선생님은 어린 나이부터 깊이 있는 생각과 강한 결단력, 철저한 행동 주의자로써 삶을 보낸 것 같습니다. 반면에 지금의 제 자신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나이가 들어도 마음과 생각이 단단해지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선생님처럼 무엇인가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삶을 살아갈 때, 도움이 되는 조언들을 듣고 싶습니다. 백범의 편지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무슨 조언을 할 수 있겠나, 다만 내가 살아오면서 느낀 것들과 젊은 청년에게 당부하는 말을 몇 자 적도록 하겠네. 구한말 격변하는 혼란스러웠던 시절, 내가 치악포 사건에서 그랬듯, 기개 넘치는 사내로써 의로움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게. 그래서 얼굴 좋은 것보다 몸 좋은 것보다, 마음 좋은 사람이 되어 민족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주길 바라네. 그래서 우리민족이 독립을 유지하고, 주변 열강 속에서도 주체적인 한 국가로서의 역할이 가능토록 자네도 이 시대의 군인으로서 국가방위에 조금 더 힘써주지 않겠나. 그리고 내가 살았던 격변하는 시절이나, 자네가 살아가는 지금이나 각자 저마다의 고난과 고통을 극복하며 산다고 생각하네. 그러니 고난을 피하려 말고 고난 속에서도 자네가 원하는 삶을 찾고 그렇게 살게. 그러면 극복한 고난은 자네를 성장시켜주는 좋은 경험이 될걸세. 끝으로, 나 김구가 꿈꾸던 대한민국이 있었듯, 자네가 꿈꾸는 자신의 삶과 군 생활을 만들어가길 바라네. 마치며. 김구는 동그란 뿔테 안경에 인상 좋은 할아버지 정도로 알고 있었지만, 예상과 달리 김구는 어린 시절부터 받은 만큼 복수해주어야 성미가 풀릴 만큼 호전적이고 시대의 갖은 고난을 극복하는 투쟁심을 가진 투사였다. 그리고 개인의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살았고 당대의 지식인으로서 철저한 행동 주의자이자, 독립을 위해 또 민족과 국가를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헌신하며 가족과 삶을 바친 민족의 거목 같은 스승이 된 인물이었다. 자신보다 민족과 국가를 위해 애국충정의 뜻으로 평생을 산 백범 김구의 삶은 국가를 방위하는 군인으로서,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나를 돌아보게 해주었고 현재의 내 삶이 어떠한 연유로 흔들리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스스로 느끼고 생각해서 결정한 일보다 타인이 권하는 ‘더 나은 선택’을 하며 살아왔고, 때문에 나는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살지도 못했으며, 내가 왜 이런 삶을 사는지에 대한 이유를 명확히 몰랐다. 내 선택이 아니란 생각에 불만과 불평만 쌓이는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이제는 나도 내 삶의 주체로서 행동주의자가 되어보려 한다. 물론 내 삶에서 또 흔들리는 시기가 찾아오겠지만, 중요한 가치를 찾고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게 한걸음 더 나아가는 군인이자 내가 되고자하는 열망이 생겼다. 『백범일지』는 나 스스로에 대한 ‘왜’라는 질문과 많은 조언을 던져준 책이고 그래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청춘들도 백범의 편지를 받아보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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