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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 독서감상문 쓰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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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소개

수상작 소개 상세내용
제목 백범일지, 꿈꾸는 이들을 위한 힐링 다이어리
작성자 홍영기(부산용인고) 개최일 2013-05-20 조회 2418

백범일지, 꿈꾸는 이들을 위한 힐링 다이어리

 

부산 용인고등학교

홍영기


  “꿈이 너무 작은 거 아닌가?” 언젠가 내가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이해되지 않는 말 중 하나다. 당시 내 꿈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드라마 PD였는데, 그는 그 말을 듣자마자 그렇게 말을 했다. 정말로 내 꿈이 작다고 생각했던 건지, 아니면 내게 자극을 주기 위함이었는지는 당사자인 그만이 알고 있을 테지만, 어찌 되었던 나는 어린 마음에 꽤나 충격을 받았고, 아마도 그 때부터 큰 꿈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본 듯하다. 큰 꿈이 도대체 뭐야. 단순히 나라를 위해 이 한 몸 바치는 것만이 큰 꿈일까. 정치인, 외교관, 그것도 아니면 시위 투쟁가? (물론 자존심이 상했던 나의 ‘큰 꿈’에 대한 사색은 ‘큰 꿈? 무조건 이 나라를 바꿔야 큰 꿈인거야, 뭐야.’하는 식의 비아냥거림에 가까웠지만)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은 어느새 역사에 업적을 남긴 우리 조상님들에까지 닿았다.
  백범 선생님은 바로 그 분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내가 선생님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은 쥐꼬리만큼도 되지 않았다. 동그랗다 못해 '땡그란' 안경을 끼고 더없이 활짝 웃으시는 얼굴.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보았을 선생님의 그 모습이 바로 내가 아는 그 분의 전부였고, 그래서 책을 처음 건네받았을 때 더 당황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인물을 알아간다는 설렘보다는 400페이지를 훨씬 웃도는 분량을 소화해야한다는 데서 오는 막막함이 더 컸으니, 몇 페이지 채 읽지도 않고 방 한 켠에 책을 고이 모셔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지만 어느 늦겨울 아침, 링거를 맞는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고무적인 활동을 찾던 나를 위해, ‘백범일지’는 드디어 휴가를 반납하고 내 곁으로 복귀했다. 이전에 겪었던 불안감이 또다시 엄습했지만, 나는 용기 내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을 펼쳐 들었다.
  책 속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은 없었다. 다만 ‘멀지만 가까이 있을 것 같은 당신’이 있었을 뿐이다. 김구 선생님, 아니 김창수 군의 유년기는 싸우고 장난 치고 부모님께 혼나는 우리의 그 시절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추억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흔히들 그렇듯, 남들과는 뭔가 다른 비범한 유년 시절의 위인을 보면서, 나와는 근본부터 다르다는 좌절감에 으레 책을 다시 덮고는 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느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너 같은 말썽꾸러기도 분명 큰 인물이 될 수 있어. 그러니깐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고 우리에게 커다란 희망을 던져주는 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유행하는 ‘힐링’ 코드에 맞춰 서점 가판대에 올려놓는다면, 분명 또다시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가져보았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선생님의 호 ‘백범’이 가진 의미였다. ‘하얀 호랑이’가 아니라 ‘백정 같은 천한 사람이나 범부.’ 누구보다도 적극적인 독립 활동을 펼치면서 남들이 우러러보는 자리에 오르셨던 선생님께서 ‘지극히 평범하고 낮은 사람’이라는 호를 가지셨다는 사실은 꽤나 아이러니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에게 큰 위안을 주었다. ‘자신의 위치나 직업에 상관없이, 애국을 비롯한 무언가에 대한 확고한 뜻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뜻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평범한 사람들도 나만큼 애국심을 가졌으면 한다’는 선생님의 구체적인 뜻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나의 해석은 이와는 다소 다른 맥락에서 이루어졌지만, 어찌됐든 이는 내가 끝없이 고민하던 ‘꿈의 크기’에 관한 문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틈을 마련해주었다.

  결국 아직 덜 자란 내가 생각해낼 수 있는 큰 꿈은 바로 ‘나라를 바꿔가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전까지의 그 꿈이 나와는 너무나도 먼 이야기로 생각되었다면, 책을 접하고 나서는 나도 왠지 그 일을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자신감이 얼추 생겼다. 물론 그것이 내가 정치인이나 외교관이 될 것이라는 일차원적인 발상을 뜻하는 바는 아니다. 나는 여전히 심미성이 뛰어난 감각적 드라마를 만드는 PD를 꿈꾸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다만 단순히 ‘예술성’만을 생각하고 그 꿈을 꾼 것에서 벗어나, 드라마가 사회적으로 가지는 파급력에 대해, 그리고 내가 그 파급력을 통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보니, PD는 더 이상 작은 꿈이 아니었다. 아마도 세상의 모든 꿈이 다 그러할 것이다. 남에게 해를 끼치는 꿈이 아닌 이상 각자가 품은 것은 모두가 다 소중하고, 또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든 아니든 우리가 사는 세상에 긍정적 에너지를 심어줄 테니깐 말이다. 책을 통해, 그리고 그 언젠가 누군가가 내 자존감에 낸 사소한 스크래치를 통해, 나는 더 많이 생각하고, 고로 더 성장하게 되었다. 마치 소박해 보이는 꿈이 세상의 일면을 예쁘게 가꾸어놓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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