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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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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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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 3. 20. 건국실천원양성소 창립1주년 기념식에 보낸 치사
제4기 입소생 개학식을 거행할 때 나는 병으로 인하여 참가 못하였다. 병이 좀 나은 뒤에 첫 번 출입으로 미군재판정에 증인으로 나서게 되었다. 그 때에 나의 소감은 이러하였다. 과거 수십년 동안 해외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분투하던 김구는 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로 고국에 돌아왔으니 삼천만 동포 앞에 허물을 받음이 마땅하거늘, 도리어 해외에서 망명생활을 할 때보다도 안일한 생활을 하게 되고 국내 동포로부터 과분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을 하느님이 꾸짖으시며 징계하시는 뜻으로, 나로 하여금 미군법정에 나가서 과거에 내가 왜놈의 법정에서 당하던 단련을 다시 한 번 맛보게 하시는 뜻으로 생각하고, 마음속에 많이 뉘우치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미군법정에서 나오는 길로 바로 효창원 3열사 산소에 참배하고 선열의 영 앞에서 참회의 묵도를 올렸다 돌아오는 길에 양성소에 들렀을 때에, 나는 소원(所員) 여러분이 손가락을 처맨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겼더니, 나중에 50여명 소원이 손가락을 베어서 혈서를 써 가지고 나의 억울한 것을 변백(辨白)하러 군정청으로 가려던 길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이 순간에 곧 교직원 제위의 과거 1년 동안의 훈육의 업적은 과연 훌륭한 것이라고 느끼며, 여러분의 불타오르는 듯한 애국정열에 대하여 무한한 만족과 감사를 표하였다.

여러분!

조국은 지금 위기에 처하였다. 진정한 애국자는 궐기하여 조국을 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문제는 미·소 공위에서 실패되고 UN에 상정되어 43대 0으로 결정되어 한국위원단이 파견된다 하기에, 1월 8일에는 나도 우리 나라를 위하여 래조(來朝)한다는 그들을 진정으로 환영하기 위하여 이 늙은 몸을 끌고 김포 비행장까지 나갔던 것이다.

먼저 번에 마샬안(案)이 UN 총회에 제출되었을 때에도 나는 온 장안 동포와 같이 서울운동장에 나가서 목이 터지도록 마샬안 지지 만세를 부르고, 미·소 양군철퇴와 38선 철폐와 남북통일자주정부 수립의 주장을 목이 터질 만큼 절규하였었고, UN 위원단 환영대회 때에도 서울운동장에 나가서 성심으로 환영하였다. 메논 박사도 나에게 찾아와서 말하기를 삼천만 한인의 기원하는 남북통일 총선거, 38선 취소, 남북요인회담, 내정간섭 없는 신탁 없는 통일 독립정부 수립, 미·소 양군 철퇴 등등의 조건을 실시하러 온 것이라고 하기에 나도 그럴 듯 싶어서 감사의 악수를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 뒤에 UN 위원단은 소련이 '보이코트'하였다 하여, 메논·호세택 양씨가 소총회에 한국의 실정을 보고하고 토의한 결과로 가능한 지역 만에서라도 총선거를 실시하라는 권고를 하기로 결의되었고, 메논·호 양씨는 지시를 받아 가지고 서울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그래서 또 환영한다고 김포 비행장과 연도에 수많은 군중이 물끓듯하였다 한다. 나는 이 말을 들을 때에, 도대체 이 사람들이 환영에 절망귀가 들렸는지 밤낮 환영 환영하며, 온 떡을 준대도 환영, 반 쪼가리 떡을 주겠대도 환영, 그러다가는 독립이 아니라 노예를 준대도 환영, 죽으래도 또 환영, 이러고 덮어놓고 떠들 것인가. 원, 무슨 일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이북에서 넘어온 동포가 450만 명이나 되는데 이들을 구원해 주지 못하는 나의 가슴은 쓰라리고 아프다. 그러나 이북사람인 나로서는 이북동포를 구원하기에 사력을 다할 것이며, 이북의 인사와 동포를 제쳐놓고 남한만의 단정은 절대 반대하겠다. 38선 취소, 남북통일이라는 말은 나의 일관한 주장이다. 여러 사람들이 나에게 와서 그 방책이 무엇이냐고 질문할 때에 나는 아직 어떤 묘한 구체적 방책을 일러줄 수는 없으나, 이것은 오직 나의 양심이 지시하는 지상명령이다.

이중에도『중용(中庸)』을 읽은 이가 있는지 모르나, 윤집궐중(允執厥中)·택선고집(擇善固執)이란 말이 있는데, 이것은 정의는 반드시 최후의 승리를 한다는 것이다. 38이북은 내놓고라도 반쪽 정부를 세우자는 사람들은 남북 통일정부 주장은 공념불이니 관념론이니 비방하지마는, 기독교인들은 천당에 가본 일이 없고 예수를 보지 못했지만 예수의 이름으로 하나님 앞에 기도를 드리고 그분의 뜻대로 행하면 천당에 꼭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오천 년의 역사를 통하여 우리 나라는 독립국이고 자유민임을 확신하는 것이니, 우리의 주장은 공념불이 아니라 삼천만 동포의 일관한 신조이며 민족 절대명령이다. 두 동강 정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선거를 실시하여 남조선 정부를 수립하고, 군대를 양성하여 북쪽으로 쳐들어가겠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위험한 말이다.

남한으로 넘어온 450만 동포들은 자기의 부모·처자·친척들이 북한에 아직도 남아있다. 그 사람들이 남쪽에서 총을 메고 쳐들어갈 때에, 북한의 공산당들은 먼저 이 사람들을 강박하여 38선에 내세우고 북쪽에서 마구 쳐들어온다면, 우리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어머니와 동생들을 향하여 총으로 쏘고 칼로 찔러서 죽이고 싸워야한단 말인가? 이것이 이북인의 자손의 도리인가. 민족의 양심이 허락할 것인가. 동족상잔과 망국멸족의 참극을 조장시키는 자의 정체가 참으로 우리 한국사람인가 생각해 보라. 그러면 이때에 있어서 우리 삼천만 동포가 당연히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이겠는가?

UN 위원단에서 결정한 안은 UN 총회에 통과한 신탁이 없는, 분열이 없는, 38선이 없는, 자주 독립 통일정부를 세우자는 결의안과 반대되는 것이며, UN 위원단 대표 9개국 중에서 겨우 4표의 찬성으로 반쪽 정부와 반쪽 선거를 실시하려는 것은 법적으로도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중국·필리핀·인도·엘살바돌 4개국 대표들이 UN의 입을 빌려서,

1) 1국 신탁을 실시하려는 기도이며,

2) 미·소 양국이 임의로 획정한 38선을 국제적으로 합법화하려는 기도이며,

3) 우리의 국토를 양단 시킴으로써, 민족을 분열시키어 동족상잔의 비극을 초래하는 것밖에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 삼천만 한인은 총궐기하여 남한 단정단선을 반대하고, 한국문제를 다시 UN 총회에 회부할 것을 강경히 요구함이 마땅하다. 우리의 나가려는 길에는 태산준령이 가로놓여 있으나, 위대한 정의는 반드시 최후 승리를 취득할 날이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30년 3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