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백범자료

association of
commemorative

어록

홈 > 백범자료 > 어록

1948. 3. 18.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전국 대표자 대회에 보낸 글월
친애하는 대의원 여러분!

세계의 풍운이 날로 험악하여가고 조국의 운명이 풍전의 등화 같이 되어있는 이때에 있어서, 피끓는 여러분 애국자의 모임은 과연 중대한 사실의 하나입니다. 여러분이 창조하는 이 사실이 능히 양심과 정의를 파악함으로써, 앙(仰)하여 천에 괴(愧)함이 없고 부(俯)하여 인에 득죄함이 없을진대, 이로 인하여 우리 자손에게 복을 조(造)함이 무량할 것이요, 세계평화에 공헌함이 또한 위대할 것입니다.

회고하건대 본 회의 탄생이 일천(日淺)한 관계로 인하여 우리의 노력이 부족하였으므로, 우리의 업적은 공으로만 표현된 것이 아니라 뜻하지 아니한 과로 표현된 것도 불소하였습니다. 우리의 과를 위하여는 우리는 당연히 반성하여 보구(補救)의 책을 급속히 강구할 것이며, 우리의 공을 위하여는 우리는 용기를 가배(加培)하여 앞으로 더욱 분투할 것이어니와, 과거 우리의 반탁투쟁의 승리는 다만 우리 한족의 생존을 위하여만 광영스러운 사실이 될 뿐 아니라, 세계평화를 수립함에 있어서도 과연 명예스러운 사실이었습니다.

친애하는 대의원 여러분!

과거의 미·소 공위는 우리에게 자주 통일정부 수립을 언명하면서도 이와 모순되는 4국신탁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싸서 주려하였습니다. 이를테면 약은 주겠으니 병부터 받으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UN 임시한국위원단은 한국인도 그렇게 우둔하지 아니한데 특별히 유의를 하였음인지, 수단과 기술이 고명함인지, 우리를 기만하는데 우리로 하여금 얼른 깨닫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결코 UN 총회의 본의는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해(該) 위원단 중에서 가나다(加奈陀)와 호주 대표가 강경히 반대하고 불란서와 시리아 대표가 기권한 것은 정의와 평화를 위하여 분투하는 UN 총회의 정신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며, 따라서 오는 9월에 파리에서 열릴 UN 총회에서는 한국문제의 정당한 해결이 있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과연 메논 씨는 우리에게 무엇이라고 말하였습니까? 유어만 씨는 우리에게 무엇이라고 말하였습니까? 그들이 처음에 말한 것은 다 UN 총회에서 우리에게 약속한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신탁 없는, 내정간섭 없는, 분열 없는, 자주 독립정부를 우리에게 세워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과거나 현재에 있어 외래(外來)하는 침략과 압력에 고통을 당하고 있음으로써, 우리에게 남다른 동정을 할 줄 알았던 중국·인도·비율빈·엘살바돌 등 4국 대표가 가나다·호주·불란서·시리아 등 4국 대표의 정당한 반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4대 2라는 표수만 요행으로 아는 듯이 소위 UN 소총회의 결의안을 채택하였습니다. 그 채택하였다는 결의안의 내용을 보면, 첫째 UN의 공동협조하에서 일국 신탁을 실시하려는 것, 둘째 미·소 양국이 획정한 38선을 국제적으로 합법화하려는 것, 셋째 우리로 하여금 동족상취(同族相聚)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동족상잔을 하게 만들 것밖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것은 하나도 UN총회의 정신에 부합되는 것이 없습니다. 그들은 그 추면(醜面)을 엄폐(掩蔽)하기 위하여 반쪽 선거로써 총선거라 하고 반쪽 정부로써 중앙정부라 합니다. 그러나 여기에 속아서 후회할 일을 할 우리는 아닙니다. 이것은 과거 미·소공위 개회시 정형을 회고하여서 잘 증명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때도 처음에는 협의대상으로 들어가는 것이 거의 남한 전체의 여론 같았으나, 미구에 그 여론이라는 것이 완전히 전환되었던 것과 같이 현시에 있어서도 UN 임시한국위원단의 결의를 반대하는 성랑(聲浪)이 날로 높아가고 있습니다. 진정한 애국자는 조국을 분열시키려는 북한에 인민공화국을 수립하려는 것을 반대하는 것과 동일한 이유로 남한의 반쪽 정부도 찬성할 수 없는 것입니다. 바라건대 이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사이다.친애하는 동지 여러분!

조국의 위기에 임하여 민족의 정기를 환기하며 우리의 정로(正路)를 재인식하여서 국민운동을 강화 확대하려고 일당에 취집(聚集)하신 여러분 앞에 내가 친히 나아가 가슴에 가득한 울불(鬱 )한 심회를 호소하여서 현명한 지도를 받는 것이 당연한 일이나, 이때에 있어서 과거의 선열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바 그 길을 밟지 못하고 생명을 구연(苟延)하는 노구를 끌고 감히 여러분을 대할 면목이 없으며, 더욱이 근일에는 비양심분자들의 모략·중상에 빠져 사회에 불안까지 끼치고 보니 너무 송괴(悚愧)하여 아직은 두문칩거(杜門蟄居)하고 자기반성만 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에 몸을 대신하여 글월을 보내오니 널리 양해하심을 바라며 끝으로 조국의 통일과 자주의 완성을 위하여 여러분의 건투를 아울러 비나이다.

대한민국 30년 3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