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백범자료

association of
commemorative

어록

홈 > 백범자료 > 어록

1948. 2. 16. 백연(白淵) 인형(仁兄)
1944년 연안(延安)에서 주신 혜찰(惠札)을 배독(拜讀)한 이후 미구에 고국을 찾아오게 되었나이다. 그때에 있어서야 누가 한 나라 하늘 밑에서 3,4년의 긴 세월을 경과하면서도 서로 대면하지 못할 것을 뜻하였으리까. 아아, 이것이 우리에게는 해방이라 합니다. 이 가운데 묻히어 있는 쓰라리고 서러운 사정을 말하면 피차에 열루만 방타할 뿐이니 차라리 일컫지 아니하는 편이 훨씬 좋을 것입니다.

여하간 우리는 자유롭게 고국의 땅을 밟았습니다. 우리의 원수 왜구를 구축해 주고 우리로 하여금 환국할 수 있는 자유를 준 두 동맹국의 은혜를 무한히 감사하지 아니하면 아니 되겠습니다. 사갈(蛇蝎)의 독구를 벗어난 우리 삼천만 동포도 두 동맹국의 은혜를 깊이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환희에 넘치는 광명한 정면이 있는 동시에, 우리에게 은혜를 준 두 동맹국 자체간의 모순으로 인하여 암담한 반면도 없지 아니합니다.

인형이여, 이것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제(弟)는 가슴이 답답하고 인형이 보고싶을 때마다 때묻은 보따리를 헤치고 일찍이 중경(重慶)에서 받았던 혜찰(惠札)을 재삼 읽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나에게 보냈다는 이러한 전문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今年三月先生給學武君的貴函, 今十月初才收到, 我們今日一切以民族利益爲基準, 不應有些毫成見, 我們對先生來延一次的意向無任歡迎」(금년 3월 선생이 학무 군 편에 보낸 편지는 10월초에 받았습니다. 우리들은 오늘날 모든 것을 겨레의 이익을 기준으로 조그만 자기의 주견도 있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선생이 연안에 오신다는 의향을 환영해 마지않습니다.)

또 나와 각 단체로 보냈다는 이러한 전문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我們不問地域南北, 派別異國, 誠心團結別實事連絡, 如能促進會師鴨綠之實現, 諸位若能同意, 淵可以從中斡旋」(우리들은 지역의 남북과 파벌의 다름을 묻지 말고, 성심으로 단결하고 참되게 연락하여 능히 압록강에서 군대를 만날 수 있도록 실현하는 것을 촉진시키는 일에 여러분들이 동의한다면 나는 중간에 알선해 드리겠습니다.)

또 이러한 것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선생은 금차 신중(信中) 연락과 통일을 위하여 노신(老身)이 일차 부연(赴延)하면 한·중 양방면이 환영할 가망이 있겠는지? 여기에 대하여 우리가 성심으로 환영할 뿐 아니라 중(中) 방면에서도 물론 환영합니다.」

인형이여, 금일 우리의 환경은 그때와 방불(彷彿)한 점이 많습니다. 우리 조국의 통일이 실현되고 자주 독립이 완성될 때까지는 우리의 임무를 태만히 할 수 없는 것이 아닙니까. 무방대(無旁貸)인 데야 제도 여생이 진하기 전에 최후의 노력을 다하려니와 인형도 우리에게 현안이 되어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하여 심각히 책임을 느끼실 줄로 확신합니다.

인형이여, 아무리 우방 친우들이 호의로써 우리를 도와주려 한다하여도 우리 자체가 지리멸렬하여 그 호의를 접수할 준비가 완료되지 못하면 어찌 그것을 접수할 것입니까. 그리하여 미·소 공위도 성과를 보지 못한 것입니다. 금차 UN 위원단의 공작도 하등의 효과를 거둘 희망이 보이지 아니합니다. 그러면 어찌하겠습니까. 자연에 맡기고 약속된 독립을 포기하겠습니까.

인형이여, 지금 이곳에는 38선 이남 이북을 별개국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쪽에도 그러한 사람이 없지 아니하리라고 생각됩니다. 그 사람들은 남북의 지도자들이 합석하는 것을 희망하지도 아니하지마는 기실은 절망하고 이것을 선전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남이 일시적으로 분할해 놓은 조국을 우리가 우리의 관념이나 행동으로 영원히 분할해 놓을 필요야 있겠습니까.

인형이여, 우리가 우리의 몸을 반쪽에 낼지언정 허리가 끊어진 조국이야 어찌 차마 더 보겠나이까. 가련한 동포들의 유리개걸하는 꼴이야 어찌 차마 더 보겠나이까. 인형이여, 우리가 불사(不似)하지만 애국자임은 틀림없는 사실이 아닙니까. 동포의 사활과 조국의 위기와 세계의 안위가 이 순간에 달렸거늘 우리의 양심과 우리의 책임으로 편안히 앉아서 희망 없는 외력에 의한 해결만 꿈꾸고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우사(尤史 ; 김규식의 아호), 인형과 제는 우리 문제는 우리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남북지도자회담을 주창하였습니다. 주창만 아니라 이것을 실천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이 글월을 양인의 연서(連書)로 올리는 것입니다. 우리의 힘이 부족하나 남북에 있는 진정한 애국자의 힘이 큰 것이니 인동차심(人同此心)이며 심동차리(心同此理)인지라 반드시 성공되리라고 확신합니다. 더구나 북쪽에서 인형과 김일성 장군이 선두에 서고 남쪽에서 우리 양인이 선두에 서서 이것을 주장하면 절대다수의 민중이 이것을 옹호할 것이니 어찌 불성공할 리가 있겠나이까.

인형이여, 김일성 장군께는 별개로 서신을 보내거니와 인형께서 수십년 한 곳에 공동 분투한 구의(舊義)와 4년 전에 해결 못하고 둔 현안 해결의 연대책임과 애국자가 애국자에게 호소하는 성의와 열정으로써 조국의 땅 위에서 남북 지도자 회담을 최속한 기간 내에 성취시키기를 간청합니다. 남쪽에서는 우리 양인이 애국자들과 함께 이것의 성취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단어장(紙短語長)하여 미진소회(未盡所懷)하니 하루라도 일찍 회음(回音)을 주사이다. 조국의 완전 독립과 동포의 자유 행복을 위하여 인형께서 노력 자애하시기를 축도하면서 불원한 장래에 우리에게 면서(面敍)할 기회가 있기만 갈망하고 붓을 놓나이다.

1948. 2. 16.

김구